아버지 용서하기 아버지 용서받기 | 인터넷 기독교백화점 진흥천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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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버지의 부재 속에서 자라고 성장했다. 그리고 그것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고 의미 있는 관계의 상실이었다. 그로 인해서 난 살면서 많은 대가를 지불해야 했다. 희생하고, 자기 자신이 되지 못하고, 불필요한 인생의 무거운 짐들을 지고 오랫동안 살았다. 외롭고 고통스러운 긴 시간들이었다.
어려서부터 난 사랑엔 가격표가 붙어 있는 줄 알았다 그래서 나도 좋은 가격표를 받으려고 노력했다. 사람들의 관심과 인정을 추구하며 살았고,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을 하려고 했다. 그것을 통하여 내가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하고자 몸부림치는 피곤한 삶이었다.

이제야 난 이 모든 것으로부터 쉼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삶에 쉼표가 찍혀지는 순간에 서 있는 것 같다. 마치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가을을 기다리는 여인 같다.
‘아버지’라는 이름은 어린 시절 자라면서는 두렵고 무서워서 감히 부르지 못했던 이름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아버지’라는 이름이 친근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은 ‘아버지’라는 이름이 하나의 그리움이 되었다.
그 이름 속에는 아버지의 따뜻한 사랑이 내포되어 있다. 아버지가 보고 싶다. 늘 주무시던 모습, 아버지의 유머, 함께 있었던 시간들이 그립다.
아버지로부터 받은 것이 없는 줄 알았는데 돌아보니 내게 아버지는 많은 것을 주고 가셨음을 이제야 비로소 알게 된다.
얼마 전 추석에 아버지 산소에 다녀왔다. 거의 1년 만이다.
묘 앞에 서서 묵념을 하는데 갑자기 눈물이 핑 돌면서
‘아! 내가 그동안 아버지와 정이 많이 들었구나!’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책을 쓰면서 많이 행복했다. 새벽이 오기까지 쓰는 날들이 많았다. 고요한 새벽에 혼자서 글을 쓰고 있노라면 가슴이 뿌듯하고 영혼에 깊은 만족감이 찾아왔다. 혼자서 울고, 웃고, 멈추고, 또 쓰기를 수차례 하면서 나를 알고, 이해하고, 나와 만나는 너무 귀하고 소중하며 감사한 시간들을 보냈다. 나의 삶 가운데 이런 시간이 오리라고는 상상을 해보지 못했다. 뜻밖의 선물이 나에게 왔다고 생각한다. 아버지께서 주고 가신 선물이다.

‘아버지’라는 존재가 한 인간의 발달과 성장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제야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에게 얼마나 필요했었는지도. 그리고 내가 평생을 찾아다닌 것이 결국은 아버지의 사랑과 인정, 그리고 그분의 용납이었다는 것도 알았다.
어쩌면 난 자라면서 ‘사랑한다, 예쁘다, 잘했다, 네가 최고야’ 등 이런 아버지의 말을 듣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등을 토닥여주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는 아버지의 손길을 원했는지도 모른다. 아버지의 커다란 가슴으로 안아주기를 바랐는지도 모른다. 아버지와 손 꼭 잡고 놀기를 원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쉽게도 내 기억에는 이런 것들이 없다.

그러나 내게는 한 아버지가 있다. 그분은 “나의 사랑, 나의 어여쁜 자야 일어나서 함께 가자 바위 틈 낭떠러지 은밀한 곳에 있는 나의 비둘기야 나로 네 얼굴을 보게 하라 네 소리를 듣게 하라 네 소리는 부드럽고 네 얼굴을 아름답구나”(아가 2:13-14)라고 말씀하고 있는 하나님 아버지이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