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수꾼 타르콥스키, 구원을 말하다 (새로운 위기의 신학을 위한 7가지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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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책에서 타르콥스키를 우리가 만들어 온 잘못된 세계를 고뇌하고 애통하며 울부짖는 예언자, 기존의 현실을 부수고 새로운 가능성을 환기시키는 파수꾼으로 명명하고, 그의 작품 일곱 편을 철학적·신학적으로 해석하려고 한다. 타르콥스키의 작품들을 해석함으로써 작품 뒤에 숨어 있는 작가의 의도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작품 앞에서의 자기 이해를 통해 작품으로부터 더 넓어진 우리 자신을 얻는 것, 작품 사실에 의해 구성된 새로운 존재 가능성을 발견하려고 한다. 그리고 우리가 살 수 있는 세계를 기획하고자 한다. 곧 세계 기획에 진정 합당한 적응으로서의 실존 기획을 이루고자 한다.
_서문: 타르콥스키를 보는 두 가지 시선

타르콥스키는 〈이반의 어린 시절〉의 마지막에서 스스로 던진 질문을 평생 가슴에 새겼고, 이후 24년 동안 오직 그 질문에 대해서 답변했다. 즉 타르콥스키는 그의 나머지 작품들을 통해 현실세계의 절망을 극복하고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 그러니까 희망, 믿음, 사랑, 아름다움, 기도 또는 인간이 꿈꾸고 바라는 것들을 강화”시키는 일들을 자신이 던진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차례차례 해 나갔다. 그럼으로써 영화 〈이반의 어린 시절〉은 결국 하나의 ‘위대한 질문’이 되었다.
_1. 이반의 어린 시절: 이 땅에 고향이 없다

영화 〈거울〉은 ‘반영하는 욕망’이라는 첫 번째 테마와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이라는 두 번째 테마가 결합하면서 새로운 테마를 얻어 내게 된다. 즉 이 작품은 자기중심적 삶의 태도가 도달한 파국적 황량함을 보여 주고, 희생적 삶의 태도가 도달하는 영웅적 위대함을 보여 줌으로써—달리 말하자면 지배하는 주인으로서의 삶의 실존적 무력감과 불행을 보여 주고, 희생하는 노예로서의 삶의 자기 고양과 위대함을 보여 줌으로써—다분히 타르콥스키적이기도 한 새로운 테마를 이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로서 창출하게 된 것이다.
_4. 거울: 욕망이란 무엇인가

플라톤, 신플라톤주의자들, 러시아 정교회 그리고 타르콥스키가 하려던 일, 그것은 한마디로 ‘인간 존재를 승화시키는 일’이다. 철학을 통해서든, 종교를 통해서든, 영화를 통해서든, 이 일은 우리가 ‘삶을 통하여 영원한 본질에 참여함’으로써, 보다 진실해지고 선해지고 숭고해질 수 있다는 것, 거짓과 악함과 비참함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희망’을 주는 일이다.…이런 관점에서 플라톤과 신플라톤주의자들의 철학을 ‘희망의 철학’이라 하고, 러시아 정교회를 비롯한 기독교를 ‘희망의 종교’라고 한다면, 타르콥스키의 영화는 ‘희망의 예술’임이 분명하다.
_5. 잠입자: 도덕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오랫동안 존재해 왔다. 그럼에도 인간은 가장 중요한 것 즉 자기 존재의 의미에 대해서는 여전히 불확실하게밖에 알지 못한다. 이것이 우리를 당혹케 한다”라고 오늘날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를 간파했던 타르콥스키는 영화 〈노스탤지어〉를 통해 인간 존재의 의미가 ‘세속적 행복’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더 중요하고 본질적인 것인 ‘자기 구원’과 ‘세계 구원’에 있다는 아름다운 메시지를 전했다.
_6. 노스탤지어: 구원이란 무엇인가

이 기묘한 이야기의 본질은 ‘불가능성의 가능성’ 찾기, 곧 희망의 그루터기 찾기다. 그런데, 아니 바로 그래서 그리스도인으로서 당신과 나에게 주어진 진정한 책무와 실낱같은 희망이 여기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리스도인이란 누구인가? 따져 보면, 그리스도인은 불가능성의 가능성을 믿는 사람들이다. 희망이 사라진 곳에서 희망을 키우는 사람들이다. 죽은 나무에 물을 주는 사람들이다. 왜냐하면 그들이 성육신과 부활을 믿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_나가는 말: 인류를 위한 구원의 마지막 가능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