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은혜 이야기 | 인터넷 기독교백화점 진흥천사닷컴

또다시 나는 산기슭을 따라 거닌다. 누구의 손길도 닿지 않고, 아무 눈길도 닿지 않는 곳에 들꽃이 피어난다. 나는 그곳에서 한 무리의 자줏빛 야생화를 집어 든다. 마치 수천 개의 눈과 마주친 듯, 기꺼이 피어난 그 꽃송이……. 얼마나 아름답고, 얼마나 완전한가! 그러나 그것은 내게 무엇을 말하는가? 하나님의 지혜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인가? 결코 아니다.
그 풍성한 색과 섬세한 조화는 단지 하나님의 이해력과 지성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분의 마음이 들리지 않는가? 우리는 그 자줏빛 꽃송이를 바라보며 단지 이렇게만 말하지 않을 것이다. “이 꽃이 그토록 아름답다면, 그 모든 아름다움의 근원인 그분은 얼마나 더 영광스러우실까!” 나아가 우리는 더 깊이 이렇게 고백한다. “우리를 위해 이 세상을 지으시면서, 그 황량한 들판마저도 이토록 아름답고 향기롭게 만드신 그분의 마음은 얼마나 깊고 섬세한가!”
하나님이 하신 모든 일 가운데서도, 그분은 끊임없이 우리를 생각하고 계셨다. 우리의 안락함, 우리의 기쁨, 우리의 행복을 위한 배려로 가득하다. 나뭇잎 하나하나마다, 꽃잎 하나하나마다, 향기 하나하나마다, 빛깔 하나하나마다, 그분은 마치 항상 우리를 염두에 두고, 어떻게 하면 우리가 가장 행복할지 생각하셨던 것 같다. 우리를 그분의 세계 한가운데 두고자 하셨던 그 뜻 안
에서, 그분은 자신의 마음을 아낌없이 쏟아부으셨다.
하나님이 행하신 일을 통해 드러난 그분의 마음을 바라볼 때, 우리는 비로소 그 참된 의미에 도달하게 된다. 그분의 작품이 말하고자 한 이야기를 이해하게 된다. 그것은 하나님의 마음에 관한 이야기다. _1. 하나님이 에덴에서 들려주신 선 이야기 중에서

이렇게 사람은 하나님이 들려주신 선 이야기를 끊어 버렸다. 그는 더 이상 그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았다. 그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직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남아 있는지, 그 이야기가 계속된다면, 얼마나 많은 복이 그 앞에 열렸을지를. 그는 하나님과 그분의 음성을 등졌다. 마치 이미 충분히 들은 것처럼.
그러나 하나님은 조롱당하시는 분이 아니다. 그분이 사람에게 들려주신 이야기는 참된 이야기였다. 그분은 자신의 말씀을 의심받게 버려두시지 않았다. 하나님은 그분의 선하심이 그 손으로 지으신 피조물에 의해 부정당하는 것을 결코 용납하실 수 없었다. 게다가 하나님은 거룩하신 분이다. 그러므로 그분은 이 흉측한 죄악을 미워하시지 않을 수 없었다. 그분은 이 죄를 아무렇지도 않게 넘기실 수 없었다. 마치 그것이 그분과 아무 상관 없는 일인 양 침묵하실 수 없었다.
이제 하나님은 사람이 이전에는 결코 들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음성으로 말씀하셔야 했다. 이 새로운 음성은 사람에게 그가 행한 일이 하나님께 얼마나 큰 미움을 불러일으켰는지 알려 주었다.
이 거룩한 진노의 음성 역시, 하나님의 손으로 지으신 모든 피조물 속에서 흘러나와야 했다. 그때까지 모든 피조물은 하나님의 선하심을 증언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분의 의로우심을 증언하기 시작했다. 창조의 각 부분은 저마다 하나님의 메시지를 말해야 했고, 온 피조 세계는 사람의 귀에 이렇게 들리도록 외쳐야 했다.……
그렇게 온 세상이(이전에 하나님의 선하심을 전 우주적으로 증언하던 그 세계가) 이제 그분 안에 선하심만 있지 않다고 말해야 했다. 하나님께는 ‘의로우심’이라는 또 하나의 본질이 있으며, 그분은 ‘의’를 사랑하고 ‘악’을 미워하신다는 사실을 피조물 전체에 알려야 했다. _2. 하나님의 이야기를 방해한 사람 중에서

인간의 눈에 악의 개입은 하나님의 마음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가장 알맞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에게는 온통 빛만 있고 어둠이 없으며, 불협 없이 완전한 일치가 있고, 죄 없이 거룩함만이 존재하는 그런 세상이야말로, 하나님의 본성이 온전히 나타나기에 가장 적합한 세계처럼 여겨진다.
완전한 세계에서 사랑은 차가운 반응이나 거친 의심에 부딪히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모든 눈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온전한 공감으로 응답받을 것이다. 교제는 끊어짐 없이 계속될 것이다. 기쁨은 어떤 것과도 섞이지 않고 순전하게 흐를 것이다. 그리고 하늘과 땅 사이를 오가는 이 흐름 속에서, 선하고 복된 모든 것이 끊임없이 더해질 것이다. 이런 상태가 영원히 지속된다면, 분명 하나님이 자신의 가장 풍성한 보화를 드러내시기에 충분한 공간과 기회가 마련될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이성적으로 추론한다. 그러나 하나님의 계획을 설계하려 하면서 우리는 자신을 망각한다.
그와 같은 완전한 세상은 분명 다음 한 가지 질문에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님은 자신과 닮은 자를 사랑하시는가?” 그러나 그 사랑은 훨씬 더 깊고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한다. 즉, “하나님은 자신과 닮지 않은 자도 사랑하시는가?” 하나님은 사랑하는 자, 사랑스러운 자를 사랑하신다. 그렇다면 그분은 사랑하지 않는 자, 사랑스럽지 않은 자도 사랑하실 수 있는가? _4. 드러난 하나님의 목적 중에서

사랑하는 이의 관 곁에, 무덤 앞에서야 비로소 마음 깊은 곳에서 솟구치는 사랑이 터져 나온다. 하나님의 마음도 그렇다. 잃어버린 세상 위에 그분의 자비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부드러운 동정심으로 온전히 쏟아진다. 아버지의 마음은 헐벗고 배고프고 방황하는 탕자를 향해 달려간다. 그 아들을 위해 하나님은 탄식하며 눈물을 흘리신다.
그분은 본다. 그 아들이 집도 없고, 친구도 없으며, 스스로 아버지의 집을 떠나 방황하는 것을. 그분은 그를 생각하신다. 가난과 누더기 속에, 더러움과 기근 속에 쓰러져 죽을 준비를 하는 그를. 그는 술 취한 자의 잔을 들이킨다. 부정한 자들 틈에 앉아 있다. 거룩함을 조롱하는 웃음 사이에 섞여 죄인 중의 죄인으로 앉아 있다. 하나님이 이런 광경을 생각하실 때 그분의 마음 깊숙한 곳이 흔들린다. 잃어버린 아들을 향한 그 강렬한 갈망 속에서, 그분은 자기 곁에 있는 복된 무리를 거의 잊으신다.
하나님은 이처럼 쓸쓸히 떠돌며 방황하는 이 세상을 불쌍히 여기신다. 그분의 마음에서 흘러나오는 사랑은 육신의 아버지의 애정이나 어머니의 가장 깊은 자애를 무한히 초월한다. 이것이 바로 은혜다. 그 은혜의 감정은 대상의 가치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무가치함 때문에 일어난다. 그 감정은 결핍과 비참함과 죄악을 마주할 때 비로소 깨어난다.
인간이 죄를 짓기 전에는 오직 하나님의 선하심만이 나타났다. 곧, 선하고 합당한 자를 향한 사랑이었다. 그러나 죄가 세상에 들어온 뒤에, 하나님의 선은 더 이상 이 땅에서 효력을 펼칠 대상을 찾을 수 없었다. 바로 그때, 선이 물러서자 은혜가 내려왔다. 그리고 그때부터, 선하지 않은 자에게 들려주는 은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마치 죄 없는 인간에게 전해진 선 이야기처럼, 이제는 타락한 인간에게 들려주는 은혜 이야기로 전환된 것이다. _5. 은혜 이야기의 시작 중에서

은혜 이야기는 에덴동산에서 처음 전해졌다. 곧, 사람이 하나님의 선에 관한 이야기에 끼어들어, 그 흐름을 끊어 버린 바로 그 자리에서 말이다. 물론 그 이야기는 이후에 에덴 바깥에서도 전해졌다. 사람은 동산에서 쫓겨났고, 그를 향한 문이 닫혔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는 온 땅에 거하는 ‘하늘 아래 모든 피조물에게’ 전파되어야 할 복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이야기가 처음 시작된 곳은 에덴동산이었다.
그곳에서 사람이 죄를 지었다. 바로 그곳에서 하나님은 용서를 선포하셨다. 그곳에서 사람이 하나님을 진노케 했고, 바로 그곳에서 하나님은 그런 반역자에게조차 은혜를 베푸심을 보여 주셨다.
하나님이 ‘그 사람을 에덴에서 내쫓으신’ 것은 은혜 이야기를 다 마치신 후였다. 이 사실은 매우 인상적이며,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이것은 사람의 방식이 아니다. 죄인 위에 징벌의 타격이 떨어지기 전에, 징계의 막대기가 그에게 가해지기 전에 그는 자기가 어기고 거역한 그 하나님이 얼마나 은혜로우신 분인지 먼저 배워야만 했다. 이 자체가 바로 은혜다. 사랑의 메시지여서만이 아니라, 그 전달 방식과 어조, 시기와 장소까지 모두 그 안에 담긴 사랑을 증언했다. 이 모든 요소는 이제 사람이 귀 기울여야 할 그 사랑의 깊이를 더욱더 드러내고, 더욱더 빛나게 한다.
사실, 그 말씀이 감옥이나 광야에서 선포되었더라도, 그 자체로 은혜였을 것이다. 그랬더라도 사람이 기대조차 할 수 없던 은혜, 한없이 귀하고 그에게 너무나도 합당한 은혜였을 것이다. 그런데 그 은혜가 바로 악행이 저질러진 그 자리에서 선포되었고, 더욱 깊은 자비의 빛을 띠게 되었다.
그 현장 전체는 사람의 죄악과 하나님께 가한 모독의 증거들로 가득했다. 하나님은 그 자리에 있는 모든 피조물을 향해 이렇게 호소하실 수 있었다. “내가 내 포도원을 위하여 행한 것 외에 무엇을 더할 것이 있으랴”(사 5:4). 그런데 바로 그 자리에서, 하나님이 죄인에게 용서를 계시하셨다. 죄의 증거가 사방을 에워싸는 그곳에서 은혜는 죄인을 찾아와, 그에게 나타났다. 여기에 얼마나 깊은 하나님의 긍휼과 자비가 담겨 있는가! _6. 은혜 이야기가 처음 전해진 곳 중에서